인천 골목길에서 만난 1.5평의 타임캡슐, '제일비디오' 방문기입니다.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비디오 한 편에 천 원,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들과 따뜻한 향수를 기록합니다.
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절, 우연히 알게 되어 보물찾기하듯 다녀왔던 인천의 '제일비디오'.
문득 그 좁았던 골목과 빽빽한 비디오들의 안부가 궁금해져 다시 한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.

가게 앞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진 건 '세월의 속도'였습니다. 불과 몇 년 전 방문했을 때보다 외관이 훨씬 낡아버린 모습에 가슴 한구석이 조금 아릿해지더군요. 그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, 켜켜이 쌓인 먼지와 바랜 간판이 그간의 시간을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습니다.

문을 열고 들어선 1.5평 남짓한 공간. 늘 계시던 사장님 대신 오늘은 아들분이 자리를 지키고 계셨습니다.
조심스레 "비디오 좀 구경해도 될까요?" 여쭙고 들어섰습니다.
그사이 많은 분이 다녀가신 걸까요? 한때 벽면을 가득 채웠던 비디오테이프들은 이제 빈자리가 많아 보였고, 남은 테이프들의 상태도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. 관리가 조금만 더 잘 되었더라면 좋았을 텐데... 세월에 마모되어 가는 기록물들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습니다.


한참을 찬찬히 살피며 추억의 제목들을 훑었습니다. 크게 눈에 띄는 '대어'는 없었지만, 그래도 빈손으로 돌아오긴 아쉬워 제 레이더망에 걸린 녀석들을 몇 개 골라 잡았습니다.

상태가 좋지 않아도 제 손에 들어온 이상 정성껏 닦고 가꾸어주면 다시 생명력을 얻겠지요.
비록 예전만큼 화려한(그곳만의 기준으로) 라인업은 아니었지만, 여전히 한 편에 천 원이라는 가격으로 누군가의 추억을 살 수 있다는 건 이 집만의 낭만인 것 같습니다.



집으로 돌아오는 길, 가방 속에 담긴 묵직한 비디오테이프의 무게가 기분 좋게 느껴졌습니다.
낡아가는 것은 슬프지만, 아직 그 자리에 있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곳.

그나마 상태가 나름 좋았던 비디오테이프 몇개 사왔습니다.
오늘 사 온 비디오들은 깨끗하게 닦아 다시 한번 블로그에 소개해 드릴게요.
관리가 잘 안 된 테이프들이 못내 마음에 걸리지만, 이렇게나마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.
감사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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